정보가 없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참 어렵다. 사전에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줄거리를 예상하고 보게된다. 그런데 이 드라마 <스타트업>은 그런 정보가 없이 접했다. 넷플릿스 메인창을 둘러보다 제목에 끌려 보게 된 드라마이다.

 

스타트업이라 함은 기술력이 있는 IT 창업 회사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으나, 벤처 기업들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용어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도 그런 벤처기업 드라마인 줄 알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맞긴 맞다. 젠코인이라는 가상화폐 회사를 만들기 위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니까. 그런데, 그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특이하다. 

 

닉, 로니, 이지가 바로 그 이야기들의 주인공이다. 이지는 가상화폐 젠코인을 개발한 개발자이다. 개발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금이 없어 회사 창업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닉이 근무하는 은행에 가서 사업 설명을 하게 된다. 이지는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지만, 아직 확신이 없는 회사 임원들은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한다. 그 자리에 닉이 있었다.

 

다음날, 닉은 이지에게 전화를 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투자를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말한다. 닉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취득한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FBI 에 쫓기에 되어 자금 은닉을 닉에게 부탁한 것이다. 닉은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아버지와의 정에 못이겨 허락을 하고 만다. 그래서 그 자금의 은닉 방법으로 이지의 젠코인을 선택한 것이다. 200만 달러를 이지의 젠코인에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니가 등장한다. 로니의 직업은 폭력배이다. 서열의 2위 쯤 되는 두목으로써 조직을 이끌고 있다. 여기서 그의 자금 30만달러를 닉의 아버지에게 맡겨졌다. 안전하게 세탁을 해준다는 조건이었는데, 닉의 아버지가 사라진 것이다. 돈과 함께 말이다. 로니는 추적끝에 닉이 그돈을 세탁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로니는 닉을 찾아간다. 돈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닉은 그 돈이 없고, 사업에 투자를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세사람은 만나게 된다. 로니는 돈을 내 놓으라고 하지만, 이지는 벌써 자금을 젠코인에 분산 투자를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로니는 무조건 며칠 이내로 돈을 찾아오라고 하지만, 이지는 그를 설득해 본다. 

 

이 젠코인이라는 것은 미래의 통화이고 세상을 바꿀 통화라고, 그래서 로니와 함께 하자고 한다. 로니는 일말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돈을 며칠 내로 가져오라고 하고 떠난다. 그렇게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버리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로니는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이 이런 불법적인 일로 언제까지 살아야 할것인가. 합법적인 젠코인에 투자를 해서 떳떳하게 일을 하며 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닉과 이지를 만나기로 한날,  자신도 사업에 동참하기로 하겠다 한다. 동등한 투자자의 입장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거기에 FBI 형사 필도 엮여 있다. 닉 아버지의 거래를 알고 있고, 그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든 사건에 필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참을 하게 된다. 모든 사건에 대해 이 필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런지, 후반 부로 갈수록 그 악랄함 때문인지, 매력도가 반감하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만은 그렇게 느껴졌다. 너무 정떨어진다고 해야하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드라마에서 그런 감정이 들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다는 것이다.

 

이 배우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미드 <파고> 에서도 굉장히 연기를 잘했던 배우이다. 그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도 상황이 점점 파고 처럼 꼬여만 간다. 그런 점을 보고 있노라니 참 웃긴 요소로 다가왔다. 비슷한 상황 설절에 말이다.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다. 이 점이 매료가 되게 되었다. 시즌1 초반 몇 화는 정말 숨가쁘게 전개가 되었다. 이전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되어, 도저히 다음 편이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었다. 현재 시즌 1을 정주행 하고, 시즌 2를 보고 있다. 후반 부로 갈 수록 어떤 정형적인 전개로 이어지지만, 아직까지는 꽤 흥미롭게 보고 있다. 

 

보편적인 정서들이 녹아있는 드라마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그렇게 말도 안되는 전개를 보이지만, 실상 내용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적절히 녹아 있다. 불법적인 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하층민의 삶. 직업에 목숨을 걸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직장인. 상상도 못한 부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 대출 빚에 허덕이며 어려운 현장에 뛰어 들어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 여러 삶의 군상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중간중간 최상위 계층의 삶과 모습들까지 그려지며 대비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어느 편에서 큰 회사의 힘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작은 회사들의 모습을 보면서는 가슴이 울적해 지는 모습을 느꼈다. 한명의 직장인으로써 엄청난 권력과 자본 앞에 굴복할 수 없는 작은 존재의 삶을 보며 무기력 해지지 까지 했다. 너무 감정이 이입되어 가슴이 우울해 지기까지 했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비슷하니까 말이다. 정말 내가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어 몰아 부친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선택을 할 수 밖에 만들어 놓는다. 그래놓고 싸인을 하라는 식이다. 싸인을 안 할 수가 없다. 비단 이런 것들은 회사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다 보면 마주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다. 아래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에 사람들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드라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그리고 있다. 특히나 가족을 지키려는 부성애를 많이 그리고 있다. 로니의 입장이 나올 때는 아무래도 그런 면이 많이 부각이 되는 모습이다. 아직 가족이 없는 닉의 모습에서는 연인의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부자인 애인한테서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가에 대한 모습이 담겨져 있다. 또한 그들만의 문화의 모습도 옅볼 수 있다. 여러가지로 흥미 있는 드라마이다. 

 

 

시즌 1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시즌2 부터는 약간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모습이랄까. 가족적인 면모나 인간의 모습 보다는 그냥 그런 범죄물로 되어 가는 모습에 약간의 안타까움이 있다. 재기발랄한 모습에서 다른 드라마처럼 변해가는 모습이. 혹자는 드라마 들이 새로운게 어디있겠냐며 다 그렇다고 하지만, 이 드라마 초반이 너무 흥미로워 그런지, 왠지 낯선 모습들이다. 아직 내가 시즌3까지 다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시즌2의 1,2화 정도 본 느낌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스타트업> 이라는 드라마 제목에 맞추어 항상 그런 시도를 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드라마이다. 어쩌면 모든 사건들이 계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점들을 흥미롭게 본다면 꽤 재미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여러가지 IT 기술들도 나오고, 굉장히 긴박하게 보여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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