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한동안 <빅피처>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자극적인 표지로 시선을 잡아 끌었으나, 너무 인기가 많은 것은 무작정 싫어하는 성격탓에

그동안 구입을 미루고 있던 차에, 우연히 반값도서로 구매를 하게 되었다.


항상 우리 말로된 한국소설만 고집하던 내게 일본 소설 <남쪽으로 튀어> 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런 주제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준 소설이 바로 <남쪽으로 튀어> 였다.

그런데 <빅피처> 라는 책을 읽고 또 한번 뇌리를 강하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잘 읽히게 쓸 수도 있구나.'


술술 넘어가는 책장


<빅피처> 는 완전히 얇은 두께의 책은 아니고 약간 두꺼운 책이다. 그런데,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음장이 궁금해서 도저히 넘겨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작가의 필력이 어찌나 좋은지, 한문장 한문장 한장 한장을 넘길 때마다 영화처럼 장면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내용은 그렇게 신선한 주제는 아니다.

평범한 셀러리맨으로 사는 벤이라는 주인공은 우연히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된다.

여차저차 하여 그의 집으로 가서 말다툼을 하다가 사고에 의해 그를 살해하게 된다.

그 때부터 책의 내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살해된 남자는 사진작가 였는데, 주인공 게리는 어렸을 적 사진을 찍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으나

그렇게 살지 못하고 평범한 생활을 해 나간다.

자신의 꿈도 이루고, 사건도 은폐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죽은 남자 행세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줄거리라고 하겠다.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외국작가들은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유명한 작품 아니면 대부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가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우선 그 문장력에 반하게 되었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문장에 흡입력이 있다.

술술 읽혀 나가며, 지루할 틈이 없다.


<빅피처> 를 읽고 현재는 그의 또다른 작품인 <모멘트> 라는 작품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 역시 매우 잘 읽히는 편이다.





<빅피처> 가 개인의 삶을 조명했다면,<모멘트> 라는 작품은

독일의 정치적 상황을 매우 세밀하게 묘사해 주어, 나름 그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중반 부분을 넘어 가면 마치 조지오웰의 <1984> 도 연상케 한다.


곰곰히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나름내린 결론은 새로운 시작에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


누구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생활에 찌들려서 일 수도 있고, 이미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나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읽어보면 그런 것에 구애 없이,

과거는 싹 정리해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또한 동경하던 삶을 작품속에 투영시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빅피처> 에서는 사진작가로써의 삶을 시작하는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으면,

<모멘트> 역시 이혼한 과거를 잊고 베를린으로 가서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적고 있다.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일들에 대한 일종의 대리 만족이랄까?


다른 소설들


일단 작가의 다른 책들도 한 번 계속 읽어 볼 작정이다.

내 예상이 맞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은 어떻게 적어 나가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작가의 소설이니 만큼, 더글라스 케네디를 시작하기엔

<빅피처> 가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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