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3쇄나 새로 찍어내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킨 책이건만 난 이제야 읽어 보게 되었다. 우선 대충이라도 책을 훑어보면 굉장히 내용이 어려운 것 같다. 우석훈, 박권일 두 공동 저자가 집필을 하였는데, 저자들은 "20대가 읽기를 바라며 책을 썼다" 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내용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88만원 세대란?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 *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 = 88.06 (만원)

위의 공식으로 산출해 낸 값으로, 대부분의 20대 들이 이 돈을 받으면서 생활을 할꺼라는 대서, 88만원 세대라고 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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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세대 / 우석훈,박권일 / 레디앙



책을 보면 암담하기 그지없다. 20대의 상위 5% 정도만 대기업이다 공기업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88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을 것이라는 거다. 대부분의 책의 내용은 왜 이렇게 사회가 될 수 밖에 없었나를 요목조목 분석하며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월급)은 약 119만원이다. 여기에 전체 임금과 20대의 임금 비율인 74%를 곱해서 숫자를 뽑아보니까, 우연의 결과지만 딱 88만원이 나왔다. 물론 이건 세전 임금이다. (21쪽)

원래 이런 종류의 마케팅은 한동안 흐름에 따라서 커졌다가 다시 자리를 잡게 되고, 기업들은 또 그런 변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마케팅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치재(luxury good)라는 말이 '명품'이라는 말로 번역되면서 전혀 다른 사회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67쪽)

...이 이금을 기준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저축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러면 죽음같은 삶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렇게 10년을 모으면 6천만원이고, 20년을 모으면 1억 2천만원이 된다. 그리고 50대가 되었을 때,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본다면 20대는 평균적으로 전세는 물론 결혼도 하기 어려운 세대이다. (143쪽)

젊은 여성에게 대형할인매장에서 오가는 차를 향해 인사를 시키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뿐이다. 추운 겨울 한국의 거리에서 맨 살이 다 드러난 옷 때문에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 덜덜 떨고 있는 홍보도우미들을 만나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197쪽)

지금 88만원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상징적 짱돌은 무엇일까? 상상을 해보자. 만약 20대 1만 명 정도가 스타벅스에 가기를 거부하고 20대 사장이 직접 내려주는 커피와 차를 마시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정도가 의미있는 행동일까? 이 정도면 100명의 20대가 자신의 카페를 가지고 경제적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된다. (288쪽)

마치 PD 수첩을 보는 것 처럼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생각은 마치 PD 수첩의 한 회분을 책으로 모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회의 현상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예시를 들고 하는 장면에서, TV처럼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취업의 관문을 어렵게 뚫고 입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취업 재수생들의 모습, 새벽녘에 수업을 들으려 길게 줄을 늘어서있는 학생들의 모습, 아이의 영어 발음을 위해 혀의 수술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부모들의 모습등등 그동안 보아왔던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대부분의 책의 내용은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사회현상의 분석을 주로 삼고 있으며, 왜 이렇게 사회가 되었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어째서 사회가 88만원 세대를 만들어 냈는가와 그들이 어떤 식으로 경쟁을 치루고 있는가등을 다루고 있다.

일부 편향된 시각은 조금

책을 읽다보면 안정된 직장이나 평생직장등을 말할 때 대기업위주로 설명을 한다거나 공기업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없지않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기업들이 좋은줄은 알지만, 저자의 의견처럼 그렇게 안정적이거나 누구나 선호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작은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그와 같은 보상을 받고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으며, 그렇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을 만약에 20대 들이 읽었을 때 그런 회사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더욱 더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아직도 대학교에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고, 매달 외화를 낭비하며 토익을 치루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보다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점들을 더욱 더 가열시킬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특정 정부에 대한 지지나 비판의 시각도 조금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경제학이나 사회학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저자의 심도있는 분석을 통한 정부의 비판을 충분히 이해도 하지 못하지만, 나와는 다른 점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저자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는 관점의 차이 일 것이다.


한문장 요약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은 책으로써, 행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간을 두고 읽어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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