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낮에 일찍 집에 들어올 일이 있어 일찍 귀가 하는데, 동네 꼬마 아이들이 여럿이 모여 놀고 있었다.

제일 많은 아이가 10살도 채 안되고, 대부분 5,6세의 꼬마들이었다. 그저 신나게 놀겠거니 하고 보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꼬마 아이들이 장신구며 복장을 하고 있는데,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인 <나루토>라는 만화에 나오는 복장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루토>라고 하면, 나도 많이 보던 애니메이션중의 하나이다. 그 만화에는 여러 마을의 닌자가 나오는데, 나뭇잎마을, 소리마을 등등, 여러 마을을 머리에 있는 띠를 보고 구분할 수가 있는데, 아이들이 그 복장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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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마을의 닌자를 상징하는 머리띠

아닌게 아니라, 만화에 나오는 복장 그대로 하고 있었다. 표창이며, 밧줄같은 장신구도 함께. 처음에는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와 생각해 보니 한편으론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 또래의 아이들은 그것이 일본것인지 우리나라것인지도 구분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냥 만화에 나오니까, 따라해보고 표창을 던지고 놀고 하겠지만, 아이들을 신나게 해줄 변변한 우리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론 씁슬하게 다가왔다.

어찌보면, 일본문화는 우리와 너무 닮아 아이들에게 혼동을 유발하는 것 같다. 미국 만화같은 경우는 사람도 다르고, 옷도 다르게 보이고, 먹는 것도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그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비슷한 외모에 먹는것도 비슷하고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의 문화 정체성에 혼란을 빗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가지 씁쓸했던 일화는, 어린 조카녀석이 장기를 두자며, 자기가 직접 그린 장기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난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장기를 둔다는게 신통하기도 하고, 어떻게 배웠나 궁금하기도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조카가 가져온 장기는 우리나라 장기가 아니라, 오각형 모향의 말을 가진 일본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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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장기

조카는 그것이 일본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만화를 보고 그렸을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장기의 룰을 따르는 것은 아니고, 대충 줄을 긋고, 말모양이 일본의 그것과 같이 하고 있었다. 난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도 분명 어딘가에서 보고 그렸을 것인데, 어린 시절 이렇게 이런 문화를 마구 수용하다보니 아이들의 동심이 점차 우리나라 문화와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려을때 보던, 이소룡, 성룡같은 배우들을 따라하는 것과는 성질을 달리하는 것 같다. 분명 그들의 모습을 흉내내고 했지만, 그것은 엄연히 우리나라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말도 중국말이고, 복장도 중국식이고. 분명히 우리나라 것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만화에서 한국말로 하고, 한국에서 방송하는 텔레비젼에서 나오니 아이들은 그것이 다른 나라의 문화인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자주보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것이 대부분이어서 기모노, 장기, 초밥같은 것에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 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도 아이들 문화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되지 않나 싶다. 값싼 외국 만화들을 들여오기 보단, 우리의 만화를 제작해 우리나라 전통을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심어 줘야 되지 않나 싶다. <개구리왕눈이>,<마징가Z>가 우리나라 것이 아닌 일본것이란 것을 알았던 충격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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