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종류의 책이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실용서가 있을 것이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문학책도 있다. 아마 이 책은 그 중간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여러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방어기제','조명효과'같은 심리학 용어도 접할 수 있는 책이니까 말이다.

서른,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나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서른이라는 나이를 중심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면서 저자가 상담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한장 한장이 채워져 있다.

서른.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시기. 정말 멋진 말 같다. 대부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은 몇 년쯤 하게 되면 서른이란 나이를 접하게 되는데, 이 시기쯤 되면, 내가 20대에 꿈꾸워 오던 화려한 생활들이 현실이라는 타협점으로 점점 수렴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뭐, 한간에는 '꿈은 반드시 이루워진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라는 말들을 하지만, 평상시에는 잘되던 생각들이 하루밤 야근하고 돌아오면 몸은 금새 파김치가 되고, 그런 얘기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로 넘어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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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 갤리온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각박한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 같다. '힘든 나이이이지만 충분히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나이이고 언제나 당신은 옳으니까 힘차게 나아가라!' 라고 전해주는 것만 같다.

한편 서른 살은 꿈과 현실이 출동하는 좌절의 시기이기도 하다. 배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그리고 세상은 우리에게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속삭였다. 그러나 부와 성공을 꿈구며 배에서 내린 우리를 기다리는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뿐이다. (32쪽)

그러니 만일 당신이 도망치고 싶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고 싶은 건지를 말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이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면 당신은 도망쳐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니라 당신을 더 옭아맬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56쪽)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과거와의 이별이란 슬픔이 내포되어 있다. 새로운 출발은 항상 과거에 친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109쪽)

...그러나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이드(id)'가 있던 곳에 자아(ego)를' 이란 말은 본능적 욕구나 감정을 자신에게 숨기지 말라는 뜻이지 그것을 모두 밖으로 표현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만일 우리가 내부의 욕망이나 감정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다 표현하면 모두 끔찍한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146쪽)

"사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쓸 수 있습니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한달 후든 .... 사실 인터넷에서 양식을 파일로 내려받아 몇 글자만 타이핑하면 끝이니까요. 그러나 한번 내놓은 사표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사표를 내밀면 상사는 재빠르게 당신이 없더라도 일에 차질이 안 생길 방법을 먼저 떠올리겠죠. (197쪽)

...그리스 철학자 메네데모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301쪽)

편안한 침대같은 책

이 책은 서둘러 읽을 필요가 없다. 아니, 그렇게 읽으면 안되고 행간의 의미를 하나하나 파악하며 천천히 오랜시간 읽으면 참 좋은 책이다. 한장 한장이 거의 개별적인 주제를 가지고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장을 펼쳐보면서 여유있게 읽어보아도 참 좋을 것 같다.

지금 현실이 힘들고 괴롭다면, 이 책을 보면서 잠시 한숨을 '휴'하고 내뿜으며, 다시 한번 도약을 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삶이 여유롭다면, 사랑얘기나 직장얘기에 흠뻑 빠져들어도 좋을 것이다.

요약해보면

서른살이어도 좋고 이미 지났어도 좋다. 혹은 내일모레 서른살이라는 나이가 되어도 상관없다. 각박한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책이기에 누구라도 읽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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